이 대담은 G2 vol.15에 실린 내용을 번역한 것입니다.


혐한과 헤이트스피치


야마노 샤린 x 야스다 고이치


2013년 유행어대상 TOP 10에 '헤이트스피치[각주:1]'가 뽑혔다. 차별선동을 뜻하는 말이 '유행'으로 소비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왠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최근 수년간 헤이트스피치 현장을 빠짐없이 쫓아다녔다. 되돌아보면 살벌한 풍경만 떠오른다. 작년은 특히 심했다. 헤이트스피치가 난무하는 '차별시위'가 전국각지에서 일어났다.


"조선인을 가스실로 보내라!", "クソチョンコ(조선인을 비하하는 말)를 갈가리 찢고 집을 불태우자", "조선인은 두발로 걷지마라", "조선인은 산소도 아깝다!", "꺼져라 조선인!"


저열한 말을 연호하면서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한다.


떠올릴때마다 기분이 착잡하다. 늪으로 빨려들어가는듯한 심한 고통이 밀려온다.


재특회[각주:2]가 주최하는 이런 차별 데모의 키워드는 '혐한'이다. 한국을 향한 수많은 악감정이 폭발하여 그 화살이 재일코리안[각주:3]으로 향한다.


심지어 증오심은 점점 확산되어 간다. '혐한'은 주말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게 아니다. TV와이드쇼, 신문가판대, 지하철 광고, 서점 등에서 '혐한'이 넘쳐흐르고 있다. 선동당한 사람들의 혐오와 증오의 시선이 재일코리안을 차갑게 파고든다.


"왠지 살아가는게 힘드네"


알고 지내는 재일 여성에게 이런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쓸쓸한 표정을 띄우며 말했다.


"어느 나라든지 상관없어. 다음에 태어날때는 내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제1회

'혐한'의 초석을 다진 남자


'혐한'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한권의 책에 도달한다.


2005년에 출간된 <만화 혐한류>이다. 한류붐이던 당시 안티로서 등장한 이 책은 일본사회의 일부가 오랫동안 안고있던 한국과 재일코리안을 향한 복잡한 감정을 자극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4권까지 출간된 시리즈의 총 발행부수는 100만부에 이른다.


이 책에서 그려진 한국은 역사를 날조하고 일본을 모멸하는데 열중하는 나라이며 그 첨병으로 재일코리안을 지목하고 있다. 교활하고 야만적인 나라이며 사회의 '적(敵)'인 재일코리안으로 인해 초래된 '일본의 위기'가 주제다.


재특회의 일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들에게 영향을 준 책을 물어보았을 때, 반드시라고 해도 될만큼 언겁되는 것이 <만화 혐한류>다. "재일코리안이 각종 특권을 갖고 있으며 일본을 깔보고 있다."는 재특회의 주장은 바로 이 책에서 그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인 야마노 샤린과는 한번 제대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야마노야말로 오늘날 혐한의 초석인 셈이다.


이렇게 대담이 실현되었지만 사실 야마노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만남은 지난해 여름, 시부야의 술집에서 같이 마신적이 있다. 나와 그를 알고 있는 지인과 함께한 만남이었지만 그때는 서로의 '생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책에 대해서 대화했을뿐이다. 그래서 언젠가 속내를 이야기하자고 약속하여 이번 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는 <혐한류>를 편견과 차별의 시선으로 가득찬 작품으로 생각하지만 저자인 야마노의 소박하고 겸허한 인품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있다.


그 날도 야마노는 온화한 표정으로 나와 마주앉았다. 공격적이거나 필요이상으로 자신을 크게 보이려고 하는 인물은 결코 아니다. 자신을 품고 있는 망설임을 포함하여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


도중에 몇번씩 서로의 말이 빗겨가곤 했다. 그 중에서도 재일코리안의 문제에 관해서 주장이 겹치는 일은 없었다.


그런 사고의 차이까지 포함하여 대담을 읽어주길 바란다.


※ 대담자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 1964년생. 일본의 저널리스트. 대표 저작은 <거리로 나온 넷우익>.

야마노 샤린(山野車輪) : 1971년생. 일본의 만화가. 본명은 비공개. 대표 저작은 <만화 혐한류>.

  1.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 일반적으로 증오표현으로 번역된다. 인종, 민족, 성별 등 항변불가능한 속성에 대한 차별적, 모멸적인 표현을 뜻한다. 야스다 고이치는 '차별선동표현'이라고 부르고 있다. [본문으로]
  2. 재특회(在特会) : 2007년에 설립된 보수계 시민단체(회원수 약 1만4천명). 인터넷을 통해 세력을 확대했다. 재일코리안의 '특권'박탈을 위해서 데모, 가두선전, 집회 등을 전국 각지에서 전개하고 있다. 이른바 '혐한데모'의 대부분이 이 단체가 주최하거나 공동으로 주최하는 식으로 관여하고 있다. [본문으로]
  3. 재일코리안(在日コリアン) : 일본에서 거주하는 한국, 북한, 조선(사실상 무국적) 국적을 가진 자를 통틀어 일컫는 말. '자이니치(在日)'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아리스토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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