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국을 위한 긴급 제언

저자
강성재 외 지음
출판사
한일문화교류센터 | 2004-02-1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월드컵을 계기 삼아 한국사회의 문화 . 정치, 한국인의 국민성,...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국제적인 시각을 가진 강성재와 김문학, 두 식자의 대담이다.

대담형식이기에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내용의 대부분은 필자 역시 한국인으로써 체감한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해야함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그 중 인상적인 문구들을 아래에 인용하였다.


이분법, 흑백논리

강 - 그런데 사실 한국인은 극단적이에요. 극우가 아니면 좌, 흑이 아니면 백, 이렇게 양극만 생각하니 정말 큰 문제입니다.

(21p)


스포츠 내셔널리즘

김 -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에 대한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월드컵을 어떤 '전쟁'이나 '국위선양'의 계기로 여기려는 의식이 지극히 강했어요. 그러나 일본은 그런 게 아니라 스포츠로 즐기는 그런 수준이었죠.

(33p)


획일주의

김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국은 일원적 문화, 일본은 다원적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강 - 좀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김 -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일본에서는 정권이 아무리 교체되어도 기본적 정신성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고 변화도 없었어요. 예를 들어 황실문화의 전통은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 있습니다.

강 - 한국은 정권이나 왕조가 바뀔 때마다 거의 전대의 문화나 가치관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이를 부정해 버렸습니다.

김 - 그래요. 예술에서도 고려의 청자가 일단 조선조로 바뀌자 갑자기 백자로 바뀌어버리는 거예요. 의식도 가치관도 이데올로기도 단절로 가득 찬 한반도였습니다. 그리고 불교에서 유교로 완전히 바뀌었죠.

강 - 결국 한국에서는 한 시대에 여러가지 이념이나 가치관의 다양성이 공존하기란 어려웠겠군요.

(39~40p)


한국과 일본의 차이

김 - 예, 한국인은 일상생활에서는 아주 정서적이며, 원리원칙성이 약해요. 그런데 일단 이념, 이데올로기에서는 아주 강경하고 경직되고 딱딱해지죠.

(78p)


김 - (일본) 그들은 일상에서는 경직되어 있고 딱딱해요. 뭐 한 가지 사소한 일 처리를 하는 것을 봐도 너무 유연성이 결여되어 고지식하게 처리해서 답답할 때가 많잖아요. 그러나 이데올로기, 이념 면에서는 오히려 유연성이 있어요. 그렇기에 외래 문화를 경직된 이념으로가 아닌 필요성이 있냐에 따라서 쉽게 수용하죠.

(79p)


국뽕

김 - 국수주의, 울트라 내셔널리즘, 광신적 민족주의, 우익 등 '애국'이나 '민족'을 강요하는 사람일수록 한국인의 핏줄, 한민족적 도취가 심하죠.

(80p)


전체주의

강 - 하지만 이번 월드컵 응원은 대중의 자발적인 행동이지 않았습니까?

김 - 그러나 자발적 행동은 여전히 정부와 매스컴의 뜨거운 열망과 조직을 통해서 이뤄진 것 아닙니까? 온 국민이 16강으로 가자, 4강으로 가자는 슬로건을 내건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어느 나라도 이런 거국적인 일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

강 - 온 국민이, 정부와 대중이 일심동체로 응원하는 게 뭐 나쁩니까? (웃음)

김 - (웃음)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꼬집고 싶은 건 축구마저 국위발양의 이벤트로 삼고, 국가와 국민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똑같이 행동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전체주의적 유령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얘깁니다.

(93p)


이기주의

강 - 여전히 '우리'만 보이고 '남'은 안 보이는 그런 우리와 남의 의식이 깊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무조건 우리 아니면 남이라는 사고에 빠져 있으니까요.

(94p)


종교적 '이단(異端)'논리

김 - 한국의 친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친구가 한번은 일이 바빠서 한국 팀 경기를 못 봤다고 하니까 동료가 이내 '너는 매국노구나'하고 말을 했답니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전체주의적 몰입이란 딴소리, 이질된 모습을 허용하지 못하는 폐해가 있죠.

(94p)


정부와 언론의 세뇌공작

김 - 세뇌란 게 이렇게 무섭다는 겁니다. '민족주의' 세뇌 역시 이 정도로 무서운 놈이죠.

강 - (웃음) 중국에는 모택동, 북한에는 김일성, 남한에는 이승만이란 민족의 살아 있는 '신'이 있었죠. 박정희도 이승만 같이 제2의 국부(國父)가 되었고, 오늘도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을 신격화시키고 있습니다. 민족사를 재생산하고 있는 중이겠죠.

(100p)


한국문학의 한계

김 - 일본문학과 비교해 보면 일목요연해집니다. 이를테면 한일 양국에서 근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광수의 소설과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비교해 본다면, 이광수의 '무정'등의 소설은 민족이야기와 직결되어 있고 민족을 깨우치는 계몽의식이 너무 농후합니다. 그러나 나쓰메의 소설 '마음'같은 데는 이런 게 없어요. 인간의 본능, 욕망 등 보편성 있는 주제를 다뤘죠. 지금의 한국문학 역시 이런 흐름을 받아 민족이야기에서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101p)


김 - 한국 현대문학에 대해서 요 몇 년 사이에 작품들을 쭉 읽어왔습니다. 취미로, 그런데 황석영도 그렇고 조정래도 그렇고 고은의 시 역시 민족, 민족담론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더군요. 신동엽 역시 그렇고. '민족'에서 벗어나야 한국문학이 살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문학사에서 대접받는 작가는 뭐니뭐니 해도 민족작가, 민족시인 등 민족이 붙은 작가들이지요. 이런 케이스는 일본 같은 데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102p)


에고이즘

강 - (웃음) '우리'는 무조건 잘났고, 좋고, 우수하고 '남'은 안 되고, 나쁘고, 비도덕적이라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는 별로 잘난 게 없어도 '우리'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모종의 우월성과 도덕적 우위 같은 게 부여된다는 거예요. 내가 하면 같은 불륜이라도 로맨스가 되고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나쁜 것으로 변해버리죠.

(104p)


지역차별

강 - 아, 경상도・전라도 하면서 지역차별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이 나라에 외국인 차별이야 더 말할 나위 없지요.

김 - 강성재씨는 전라도 출신으로 한국에서 살 때 차별받거나 업신여김을 당한 기억이 있어요?

강 - (웃음) 당연히 있지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106p)


거짓 자유주의

강 -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저도 한국인은 자유주의보다는 전체주의에 더 적합한 민족이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어요. '우리, 우리' 하는 식으로 무의식에서 전체주의로 나아가기 십상이니까요. 납북자에 대한 무관심 역시 아까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인권에 대한 의식의 결여, 국가 권력이 오히려 납북자 가족을 감시하는 그리고 무시하는 그런 체계입니다.

(114p)


반일 망상

김 - 무조건 열어 놓아보세요. 나쁠 거 뭐 있겠습니까? 중국이 일본문화를 개방했다고 저질 사회로 변질됐나요? 때로는 유연성 있어 보이는 한국인이 오히려 이념 면에서는 유연성이 결핍되어 있어요. 이념의 배타성이 사람의 발목을 잡아버려요.

(122p)


인맥사회

김 - 지연과 함께 학연이 너무 뿌리 깊다고 봅니다. 학연, 파벌주의의 폐해를 많이 본다고 교수, 지식인들도 야단이지요. 교수 채용만 보더라도 '자기들끼리'만 아는 사람, 동교 출신, 모교 출신의 사람을 많이 쓴다고 하니 가히 학문적 근친상간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겠어요.

(123p)


치욕의 조선 말기

강 - 나라를 외민족에게 빼앗긴 것도 역시 우리만 고집하다가 고루한, 썩은 체질로 추락하여 더는 나라를 경영할 힘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19세기 말 기회는 있었지만 폐쇄된 체질 속에서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었던 비극의 민족.

(125p)


국뽕의 배타성

강 - 같은 경우라도 일본인은 감정적인 발상을 삼가고 될수록 상대방 말을 들으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 말만 해요. 듣는 경우는 경청하기보다는 내가 말할 틈을 노리는 겁니다. (웃음)

(127p)


애국세뇌

김 - 근데 저는 그게 진심에서 나오는 애국심일까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위에서부터 받은 세뇌나 교육, 또는 다 떠드니까 나도하는 식의 요소가 많다고 봅니다. 북한이 바로 그렇습니다. 한국도 이 점에선 북한과 별 차이가 없어요.

(128p)


입으로만 애국자

김 - 한국이 우둔한 건 감정적으로 입으로만 외쳐야 이기는 줄 안다는 거에요. 애국은 격정으로 울부짖는 게 아니라 행동이 따라가야 하죠. 일본을 감정적인 구강적 애국주의로 대응해서 이익을 볼 건 하나도 없어요. 일본문화 개방 중지도, 민간차원에서의 교류 중지도 다 불리하니까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말해서 구강적 애국주의는 애국이 아니라 해국(害國)입니다. 나라 이익을 해치는 '애국'이 어디 있나요? '가짜 애국자'이죠. (웃음)

강 - 애국을 입으로 외치다가도 정작 미국 시민권을 주겠다면 아무 미련없이 대한민국을 등지고 미국인으로 둔갑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가짜 애국자'들의 몫이겠습니다. (웃음)

김 - 국적 선택의 자유에서 보면 그렇지도 않지만요. 일본인은 애국을 안 외치지만 외국에 가서 사는 일도 없고 외국 국적도 안 따요. 이런 점들에서 한국의 구강적 애국주의의 약점에 대해 반성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애국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애국'이란 꼭 강요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꼭 '애국'해야 좋은 사람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도 아닙니다. 애국하는 사람도 있고 그럴 자유가 있듯이 애국 안 하는 사람도 자유가 있어야 됩니다. 국민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고, 국가 역시 국민을 사랑하는 '애민(愛民)이 있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국민 이익만 희생시키면서 '애국'을 강요하는 건 통하지 않죠.

(128~129p)


아직도 건재한 '사농공상'

강 - 유교의 특성은 뭐니뭐니 해도 유연성・관용성이 아니라 규율성입니다. 해선 안되는 게 너무 많아요. 상하・군신관계, 부부・부부자관계는 정해진 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반륜으로 '뭇매'를 맞지요.

김 - 그리고 게으르고 일, 즉 노동천시사상, 실무능력 괄시, 문을 숭상하고 무, 즉 실무, 기술, 행동 따위를 박대하는 겁니다. 현상윤이란 유교연구학자가 1948년에 <조선유학사>를 발간했는데 그는 조선이 망한 건 유교 탓이라고 직언했어요. 유교사상 속에 강하게 존재하는 혈연의식이 폐쇄성을 낳았고 서로 싸움을 잘해서 내부로부터 망했다는 거에요. 게으름, 계급차별, 직업차별이나 남존여비, 권위주의 이런 것들을 일본의 식민지로 추락한 내부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155p)


자국비판 = 매국노

강 - 그래서 일본인은 한 사람 한사람은 매우 약해 보이지만 셋이 모이면 용이 되는데 우리는 개인은 강해보이지만, 셋이 모이면 지렁이가 된다고 김문학씨가 꼬집었군요. (웃음)

김 - (웃음) 이건 사실을 과장된 해학, 조크입니다. 조금 반성하자는 의미죠. 웃어 넘기면 되는데 한국인들은 정색을 하면서 낯빛까지 변해요. 나보고 죽일놈, 일본 매국노라고 핏대를 세우면서 욕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요. (웃음) 일본서 강연할 때 일본인을 남인도양 어느 섬의 퇴화된 돼짓새라고 꼬집곤 하는데 그들은 박수치면서 갈채를 보내더군요.

(180p)


강 - 한홍구씨는 "묻지마, 닥쳐!"의 사회가 한국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어요. 우리 한국사의 치부니까 그건 관뚜껑을 열면 안 된다는 거에요. 우리 내홍의 전형적 케이스니까요. 타민족의 침략과 학살은 그렇게 규탄하면서도 우리 안의 학살은 입에 담으면 안되는 것이 우리사회, 우리민족의 관례였어요. 또 하나는 보통 민간인은 약자이니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인권 의식의 결여도 한몫했다고 봐야 합니다.

(182p)


철저한 반일세뇌교육

강 - 제가 월출산 기슭에 있는 영암에서 자랄 때는 '빨치산이 와서 잡아간다', '호랑이가 온다'고 하면 울더ㄴ아이도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그뿐입니까? 어렸을 때 학교에서는 일본인의 만행에 대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이렇게 반일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났기에 '일본인'하면 세상에서 제일 흉악하고 나쁜 인종으로 각인 돼 있었습니다. 빨치산과 호랑이와 함께 '일본인'은 간악무도한 존재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해서 일본인의 깔끔한 모습이나 '하이, 하이'를 연발하는 그런 모습들까지도 꼴불견으로 보였습니다.

김 - 일본에서의 생활 자체가 강성쟁씨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뜻입니까?

강 - 그렇지요. 일본에 안 와보고 일본에 대해서 옛날 인상만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반일 데모에서 일장기를 태우는 '반일전사'로 TV에 비췄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가까이에서 일본을 본 덕분에 내가 갖고 있던 일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고정적이고 편견과 왜곡으로 가득했던 것이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김문학씨도 같은 체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194~195p)


반일의 폐해

강 - 아직도 일제, 군국주의라는 망령의 포로가 되어 있는건 사실입니다. 일본의 전후사를 둘러보면 알 수 있지만, 그들은 한국에 대해 별로 내정간섭도, 비난하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반일'에 대해서도 일본은 관용적이었어요. 경제적・기술적으로 지원한 사실은 세계가 다 아는 일입니다. 일본을 적대시하는 '반일'이 아닌 포용적인 대익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유리하죠.

(214p)


사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필자도 항상 느낀 점이다. 아마 인터넷 보급과 세계화 추세에 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줄로 안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김문학씨가 강성재씨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것.

특히 한국의 군대문화에 대해서 김문학은 모병제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제안을 하는 반면, 강성재는 군대를 나와야 사내대장부라는 지극히 수구적인 견해를 가진 것이 눈에 띈다.


대담 마지막에는 한국을 이렇게 개조해야 한다고 대안을 내놓지만 영어만능주의에 취해있는 것에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다.

출간된지 10년도 넘은 책이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유효한 지적들이라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국뽕에 취한 자들에게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Posted by 아리스토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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