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일본의 국제정보지 SAPIO 2015년 11월호에 실린 내용을 번역한 것입니다


▲ 롯데의 경영권다툼 (사진 : 시사저널)


롯데그룹 차남 기자회견에서는 어눌한 발음을 일부러 한글자막으로 강조


다양한 역사적배경으로 바다를 건너 온 재일한국인으로부터 전후 수많은 걸물(傑物)이 탄생했다. 연예인, 스포츠선수, 경영인. 하지만 조국인 한국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지난 여름, 한국경제계를 술렁이게 한 롯데그룹창업가의 경영권분쟁. 재일한국인1세인 창업자인 신격호(시게미쓰 다케오)씨와 같은 세력인 장남 신동주(시게미쓰 히로유키)씨와 경영진의 지지를 받은 차남 신동빈(시게미쓰 데루오)씨의 대립은 8월 중순 주주총회에서 차남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소동은 한국 재벌기업의 폐쇄적인 체질문제로 불똥이 튀었고, 당분간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과정을 지켜 본 적지 않은 재일한국인의 가슴속에 찝찝한 기분을 남겨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관계자가 분개하며 말했다.


"한국언론의 보도에 질려버렸습니다. 재일동포에 대한 無이해, 역사에 대한 無교양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언론은 롯데그룹과 창업家를 야유하는 보도로 들끓었다. 특히 재일한국인을 자극한 것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한국어에 관한 보도다.


▲ 문제가 된 채널A <직언직설>의 자


"두 사람은 어릴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냈고 모국어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했습니다. 일본에 민족학교를 세운 북한에 비해, 한국정부가 재외국민의 모국어교육에 관심이 없었기때문입니다"(민단관계자 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주씨가 일본어로 인터뷰에 답하자 "재벌기업의 경영자가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나"라는 비난섞인 지적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동아일보계열 방송국인 채널A의 자막이다. 한국의 호텔과 유통을 짊어진 대기업이 사적인 이유로 혼란을 가져온 것에 대해서 한국 롯데그룹회장인 신동빈씨는 8월11일 사죄회견을 열었다.


신동빈씨는 이 회견에서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배운 한국어로 임했다. 다음날 방송된 채널A의 시사토크방송인 <직언직설>과 <뉴스TOP10>은 신동빈씨의 말에 맞춰서 서툰 발음을 그대로 자막을 넣은 것이다.


예를들면 신동빈씨는 "경영하고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채널A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여 짓궂게도 "경영하고 그리고 카족의 문제는 별또라고 생각하고 있쓰므니다."라고 자막을 넣었다. 야유를 넘어서 조롱인 셈이다.[각주:1]


방송도중 김태현 변호사가 "제가 <직언직설>의 자막실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발음기호 그대로 저렇게 그대로 잘치세요? 정말 대단합니다. 감탄합니다."라고 비꼬는 말까지 덧붙였다.


▲ 자막을 보고 웃는 김태현 변호사


참고로 재일3세로 민족학교를 나온 필자는, 한국어로 취재와 상담, 회의 동시통역도 하고 있다. 이런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신동빈씨의 기자회견에 오히려 가슴이 찡했다. 어눌한 발음으로 야유받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 자세에서 경영자의 기개를 느꼈다.


그러나 한국언론의 논조는 달랐다. 자막을 언급한 기사는 거의 다 찾아봤지만 채널A를 향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곳은 소규모 뉴스사이트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는 가볍게 타이르는 기사가 조금 있었을뿐, 대부분은 객관적인 입장인 척하며 '채널A의 자막'으로 관심을 끌려고 편승한 기사였다.


박정희에게 적자 호텔을 강압받았다


한국언론이 형제의 한국어문제에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배경에는 "롯데는 한국기업이 아니라 일본기업아닌가?"라는 의구심때문이다.


롯데는 한일양국에서 총매출 약 6조5천억엔의 거대그룹이지만 그 중 일본사업은 3천억엔에 불과하다.


반면 자본구성은 한국롯데가 주축인 롯데호텔 주식의 대부분을 롯데홀딩스 등 일본측이 보유하고 있다. 이것을 보고 "롯데는 일본으로 국부유출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본래 롯데는 올해 93세인 신격호씨가 1948년에 일본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한국에는 1965년인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그런 역사를 되짚어보면 일본에 자본이 있다는 사실은 이상할게 없다.


한국언론중에는 "롯데의 한국투자는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정권에게 특별한 편익을 얻어 성공했다"라는 논조도 있다.


▲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그림 : 시사저널)


여기에 대해서 민단관계자는 이렇게 논박한다.


"신격호씨는 수십년간 입을 다물고 있지만 한국의 호텔사업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원래는 제철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박대통령으로부터 큰 적자를 내고 있던 국영호텔을 강제로 넘겨받았습니다. 군사정권 수장의 부탁을 거절하고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당시 한국은 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로 북한이 군사력으로 쳐들어 올 위험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최근 한국의 기자들은 한국경제의 현재의 번영이 훨씬 오래전부터 보증받았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모국에 투자한 재일기업가는 롯데뿐만이 아니지만 1980년 규제완화로 일본에서는 외환법으로 외화 환전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지금와서 말하는거지만 한국에 외자가 부족했던 시절 민단의 단원들은 본국에서 행사가 있을때마다 가방에 현금을 채워서 투자하러 다녔습니다. 롯데의 투자도 마찬가지로 절박한 외화수요를 채워준 부분도 컸습니다"


물론 이런 경위가 있다고 해서 한국언론이 재일교포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롯데의 기업체질에 문제가 있다면 비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말의 문제는 다르다. 한국은 20세기 아픈 역사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외국으로 파견하고 이민을 보냈다. 번영을 손에 쥔 현재는 귀화와 국제결혼을 통해 외국출신의 새로운 한국인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더이상 한국인의 요건은 혈통이나 언어가 아닌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현대 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언론인이라면 이 정도의 교양은 갖춰야 당연하지 않을까.

  1. <a href="http://www.dailymotion.com/video/x318ois">〔채널A〕<직언직설> 2015년 8월 11일</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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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리스토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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